『시경(詩經)』 이후 5천년 중국 시의 역사에는 이하(李賀:790~816)만큼 독특한 시풍(詩風)을 지닌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공자(孔子)의 《시경》에 대한 몇가지 언급들이 실용성을 위주로 하고 있고, 그 뒤를 이은 유가(儒家) 문인들의 시에 대한 관점이 이른바 「시대서(詩大序)」에서 강조한 '도덕적 교화의 수단 이라는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까닭으로,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 우회적인' 교화보다는 비판과 ,조롱 풍자를 내포한 비틀린 언어를 구사하는 이하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논자들의 평가에 대개 바람직하지 못한 의미'에서 '귀(鬼)' 라는 글자가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개략적인 몇몇 작품만 보더라도 이하의 시는 확실히 '낭송'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읽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독특하게 변용된 전고(典故)와 상식을 뒤집은 서술, 시청각이 혼용된 묘사 등으로 엮어진 그의 작품은 난해성과 독자적 특성 위에 다중적 해석의 가능성이라는 한시 특유의 속성까지 내재되어있다.